"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도 안하는데?"
"나한테 솔직해져야돼. 난 정신이 아프잖아. 너가 그러면 난 너무 헷갈려."
"정말 멍하게 있었어. 너도 알잖아"
"내가 좋아?"
"응. 저번주에도 말했잖아."
"응. 날 너무 좋아하지마."
"ㅎㅎㅎ 왜?"
"난 정신이 아파. 싸이코패스야."
"그게 뭐 어때서. 너도 내가 좋다면서?"
"응."
"그런데 뭐가 문제지?"
"응... 난 아직 그럴 준비가 안됐어. 해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난 너 푸시하는거 아냐. 나는 그냥 너랑 노는게 좋아."
"...그래"
"저 많은 사람들이 다 여기에서 왜 이러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어. 세상은 전부 랜덤이잖아."
"응 랜덤이지"
"그게 너무 혼란스러워"
"사실 우주 전체가 랜덤이지. 내가 하필이면 이 순간에 이 지구에서 이 태양계에서 너랑 같이 있다는 확률은 수학적으로 제로야."
"왜 제로야?"
"수학자들도 과학자들도 동시대에 하필이면 태양계의 지구에 태어나서 누군가를 만나 한자리에 같이 있다는 확률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대."
"그럼 뭐지?"
"나도 몰라. 그냥 그렇대."
"..."
"뭔가 대단하지? 난 네 살때쯤에 몹시 아팠어. 살아날 확률은 60%였어. 그때 내가 죽었다면 지금 우리는 여기에 같이 있을수도 없었을거야."
잠시 손을 잡았다가 담배를 피고 탁구를 치다가 헤어졌다. 무슨 사춘기 소년소녀가 연애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사실은 둘 다 새치가 제법 있는데
그리고 내가 이런 말들을 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다
이후 친구를 만나 조금 걷다가 쌀국수와 볶음밥을 나눠먹으며 phorgasm이라는 단어를 지어내고 집에 걸어돌아와서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나무마룻바닥을 반질하게 닦고 아이스티를 꺼내 마시고 분리수거를 하고 새로산 담배 Cross Road를 말아피고서는 마른빨래를 걷었다. 무언가 해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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