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2

너무 이른 퇴원후 감염의 부작용으로 인생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경험하고 이어서 강렬한 섬망증세를 경험했다. 

이것은 정신과의사가 이후에 진단내린 것이지만 당시 나는 내 정신이 미쳐버린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패닉어택으로 내 의식이 나 자신에게서 서서히 멀어지기 직전에 "너무 똑똑하면 잘 미친다더라" 라고 엄마가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단순한 스티그마일 뿐이지만 내 이성은 마비되어 있었다. 대중문화에서 보았던 모든 부정적인 정신병동 이미지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왜 나를 잡아다 가두지 않는지 의아해했다. 진정제같은 주사를 맞고 잠들고 싶었다. 

뜬 눈으로 악몽같은 환각을 보았고 내 입에서는 단편의 단어들만 튀어나왔다. 


안정감을 주는 병실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주스, 병원 같은 단편적인 말 뿐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면 이해할 수 없었고 적대적으로 느껴져 공포감을 느꼈고 그 사람이 말하는 단어를 똑같이 따라말했다. 내 생각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기억하기 힘들었다. 데이빗 린치 영화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았다. 

모두가 나에게 말하는 것의 요점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앞 문장과 뒷 문장은 서로 상충하고 나를 위협했다. 눈앞에서 장면들이 연관성없이 그리고 순차적인 시간개념없이 나열되었다. 

모든것이 나를 속이고 해치려 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비웃고 폭력적으로 해치려는 환청을 들었고 환각을 보았다. 


잠을 자려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불면증상은 심해지고 끊임없이 무서웠다. 내 인식과 기억조차 시간순서와 논리대로 맞지 않고 기억이 흐릿했다. 마침내는 이 모든것이 내가 복용하는 항생제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생각에 새벽 서너 시에 제약관련센터에 전화해봤고 이윽고는 911 응급차도 불렀다. 소방대원은 톰 웨이츠같은 인상과 목소리를 한 건장한 아저씨였다. 잠을 잘 수가 없다며 히스테리컬하게 떠는 나에게 "Honey, we all can't go to sleep." 하고 특유의 거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나를 비웃는 것처럼 적대적으로 느껴졌다. 

응급실에서 "자신이나 다른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려는 생각이 있나요?" 같은 상투적인 질문을 들었을때도 정말 내가 그런 생각이 있는걸까 하고 무서워졌다. 정신이 조금 들었을때는 남자친구에게 이건 다 나쁜 꿈일까? 하고 물었다. 섬망증상은 치매증상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되었다. 


가장 긴 나쁜 여행이었지만 그것도 세 번째로 응급실에 가고나서야 조금씩 지나갔다. 다음으로는 섬망증세 중 하나인 유포리아를 다시금 체험했다. 같이 사는 고양이 주디도 내 상태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는지 밤마다 내 침대로 들어와 내 옆에 몸을 붙이고 자다가도 내가 무서워하며 밤중에 깨면 내 얼굴을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낮에도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 내 옆에 찰싹 붙어서 잘 떠나지 않았다. 하룻밤은 자다 깼는데 주디가 없어 무서워 이름을 속삭여 부르니 침대위로 냉큼 뛰어올라와 그 투명한 라임빛 눈동자로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사랑하는 내가 걱정된다는 듯이. 그 고양이 눈에서 눈 너머로 내가 사랑하는 존의 눈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눈이, 내가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많은 사람들의 눈이, 그 너머로 이 세상 전체의 사랑이 보였고 느껴졌다. 나는 주디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그날 아침에는 팬톤칩의 색상을 아침햇살 아래에서 경이로운 눈길로 탐미했다. 이렇게 많은 색이 세상에 존재했구나 감탄하면서 그 모든것이 사랑으로 느껴졌다. 아직은 글을 읽기위해 집중하는 것이 힘들어서 음악부터 들었다. 존 레논의 Imagine을 처음으로 틀었던 것 같다. 가사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벅찬 감정에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신체적인 죽음에 가까운 경험에 이어 패닉어택과 환각, 섬망이라는 정신적인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겪고나서 정말로 다시 태어난 어린아이같은 기분이었다. 

You may say that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 would join us 

세상의 비밀을 이제서야 가슴으로 깨달았다고, 존 레논의 "우리"에 나도 이제서야 진짜 속한다는 그 기쁨에 가득차서 울었다. 

그 다음에는 존 레논의 Love를 들었다. 가사의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으로 와닿아서 벅찬 감동에 울었다. 사랑은 진실이고 다가가는 것이고 앎이고 자유이고 삶이라고. 

이후 오아시스의 Champagne Supernova를 들었다. 

How many special people change? How many lives are living strange? Where were you when we were getting high?

Someday you will find me caught beneath the landslide in a champagne supernova in the sky

이 가사에서도 나는 그 "우리"에 드디어 내가 속한다고 진심으로 느꼈다. 

이 모든 인류의 현상은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느꼈다. 예술도 저급예술이건 고급예술이건 모두가 똑같이 이 사랑이라는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느꼈다. 


저녁에는 이 유포리아를 남자친구와 공유했다. 그조차도 머리가 빙글빙글 어지러울 정도로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는 몇시간동안 서로 껴안고 웅크려서 음악만 들었다. 남자친구는 첫곡으로 토킹헤즈의 This Must Be The Place를 틀었다. 

Home is where I want to be but I guess I'm already there

밤길을 걸으면서 남자친구는 "이 길은 밤에 항상 어둡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가로등 불빛이 몹시 밝게 느껴져" 라고 말했다. 

빛, 사랑, 진실, 삶은 서로 엮이는 단어라고 느꼈다.


이튿날에는 좀더 안정이 된 느낌이 들었다. 하룻동안 일분 일초도 낭비되거나 지루한 느낌이 없이 마치 모든것이 새로운 아기처럼 흥분되고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디벤드라 밴하트의 I Feel Just Like A Child를 오랜만에 찾아들었다.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으나 아직은 너무 공포스럽거나 폭력적인 것은 보기 힘들었다. 십여년전에 봤던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가 생각나서 다시 보기로 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낮게 노래하듯이 읊조리는 시구가 가슴에 와닿아서 구절구절마다 울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없을까? 내가 내가 되기 전에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나일까? 

Als das Kind Kind war,
war es die Zeit der folgenden Fragen:
Warum bin ich ich und warum nicht du?
Warum bin ich hier und warum nicht dort?
Wann begann die Zeit und wo endet der Raum?
Ist das Leben unter der Sonne nicht bloß ein Traum?
Ist was ich sehe und höre und rieche
nicht bloß der Schein einer Welt vor der Welt?
Gibt es tatsächlich das Böse und Leute,
die wirklich die Bösen sind?

Wie kann es sein, daß ich, der ich bin,
bevor ich wurde, nicht war,
und daß einmal ich, der ich bin,
nicht mehr der ich bin, sein werde?